7/6 ~ 7/10일까지 휴가를 얻었다. 이참에 제주도에가서 여행도 하고 책도 읽을까 해서 선택한 책. 한동안 코로나, 경제, 금융 관련 책을 읽으려고 사두었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 시즌에는 좀 쉽고 재밌는 책을 읽으려고 이 책을 선택 하게 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용의자x의 헌신’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그래서 이 책을 샀을때 추리 소설인줄 알고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추리소설은 전혀 아니고, 슬픈 내용의 소설이다. 계속 어딘가 반전이 있나 찾아봤는데 전혀 없었고 마지막에는 먼가 울림이 전해지는 그런 소설.
에필로그
형편이 좋지 않은 집의 두 형제가 살고 있다. 부모님은 계시지 않으며, 어머니가 생전에 말했던, 대학교 학위는 꼭 있어야 한다는 말에 형 츠요시는 자기를 희생해서 동생 뒷바라지를 하며 살고 있는 불우한 가정. 그럼에도 형은 어떻게든 동생의 대학 비용을 벌어야 하는데, 대학 비용을 구하는 과정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막노동으로 돈을 버는데 한계가 있어 돈을 훔치기로 결정한것. 이와중에 부잣집의 할머니는 살해 당하고 형 츠요시는 그대로 16년 형에 처하게 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강도살인으로 16년의 징역을 받은 형을 두고 나오키가 사회의 인식에 맞서 싸우면서 진행 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다. 동생 나오키는 그대로 고등학생 신분으로 보호자인 형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는 신세가 된 셈이다. 그후 형은 동생에 대한 죄책감, 사랑에 매달 동생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다. 처음에 나오키는 동생을 대학 보내려고 어쩔수 없는 선택을 했던 형에 대해 ’어쩔 수 없지…’라는 심정 형을 생각한다. 나오키의 심리는 커가면서 바뀌는데 큰 단락으로 나눠서 스토리가 진행이 된다.
첫번째 사건
고졸 출신임에도 사이버대학을 신청 했다가 데라오라는 친구와 연이 닿게 된다. 데라오는 밴드를 하는 친구로, 데라오의 권유로 같이 밴드를 하게 된다. 나오키는 밴드를 하면서 동시에 강도살인을 한 형의 존재를 이야기 했으며 당시 나오키의 심리상태로는 세간의 인식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이겨내 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밴드를 하는데에 있어, 기획사에 눈에 들고 형의 존재때문에 어쩔수 없이 밴드에서 나가게 된다. 이것이 나오키 인생에서의 첫번째 사건.
두번째 사건
이때부터 나오키는 아마 형의 존재를 굳이 알리지 않는다. 형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자신이 대신 차별을 받는게 억울했기 때문. 동시에 이쯤 부터 형이 매달 보내는 편지에 답장도 하지 않고, 편지도 읽자마자 찢어서 버리기 시작한다. 형이란 존재가 인생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한 가장 큰 계기는 나오키의 연애 상대 때문. 아사미라는 친구와 연애를 하기 시작했는데, 아사미라는 친구가 거대 부잣집의 딸. 어쩌다 아사미의 부모님과 식사를 하게 되었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들킬까 하는 두려움 + 아사미에 대한 사랑에 걱정을 하게 된다. 그것도 잠시, 결국 들키게 되는데 이때 아사미와 헤어지게 되면서 깨닫게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유미코의 존재
정말 중요한 존재중 하나. 첫번째 사건 시점부터 알게된 대학 동기. 나오키에게 이성적인 애정을 갖고 매번 근처에서 도와주게 된다. 심지어 아사미와 연애 할때도. 형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 나오키에게 형에대해 연락을 하는게 좋지 않냐며 형과 나오키의 감정적인 갈등에 연결을 해주는 존재. 그리고 유미코는 후에 나오키와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미게 된다.
세번째 사건
시간이 흘러 나오키가 회사에 입사를 하고 발생한 사건중 하나이다. 어느순간부터 형의 존재는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 생각을 하고, 마음속에서 형의 존재를 지우기 시작한다. 역시 입사시 형의 존재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입사를 하게 되는데, 어느날 회사에서 사건이 터지면서 시작된다. 게임기 판매업에서 일하고 있는 나오키의 회사에 신제품이 대량으로 도난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회사 내부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직원들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이때 발목을 잡힌게 형에 대한 거짓말. 형은 외국에 유학을 갔다고 거짓말을 해놓은 상태지만 결국 걸리게 된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팀의 모든 사람을 알게 된다. 그러나 팀원들은 아무렇지 않게 지내지만 나오키는 묘한 어색함을 느낀다. 그러다 물류팀으로 보직이 변경 되고 이때 나오키는 형의 존때문에 또 이런 차별을 받는게 아닌가 하고 형에 대해 증오의 감정을 갖게 된다.
사장의 존재
물류팀으로 이동한 후에 우연하게 사장을 만나게 된다. 사장도 역시 나오키의 형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으며, 강제로 물류팀으로 변경된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사장이 이야기를 해주는것이 나도 인상적이었고 나오키 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간단하게 요약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 자네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차별당하고 있다고. 교도소에 들어간 건 내가 아닌데 왜 내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햐느냐고.
- 차별은 당연한거야. 사람들은 대부분 범죄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어하네. 사소한 관계 때문에 이상한 일에 말려들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일종의 자기방어 본능이라고나 해야 할까?
- 범죄자는 그걸 각오해야 해. 자기만 교도소에 들어가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야. 자기먼 벌을 받는 게 아니라는 걸 인식 해야 한다는 말일세.
- 사람들은 자네를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몰라 다들 난처한 걸세. 사실은 얽히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노골적으로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며 대하게 되지. 역차별이라고 하는 말이 바로 이걸세.
- 오해 해서는 곤란하네. 범죄자의 동생이니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나쁜 짓을 저지를 우려가 있다, 그런 비과학적인 생각흔 하지 않겠지. 회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인간성이 아니라 사회성일세. 자네 형은 사회적으로 죽은 상태라고 볼수 있지.
- 그렇지만 말일세, 진짜 죽음과 달리 사회적인 죽음에서는 되살아날 수가 있지. 그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착실하게 사회정을 되찾는 거야. 다른 사람과의 끈을 하나씩 늘려갈 수밖에 없어. 자네를 중심으로 거미줄 같은 관계가 만들어지면 누구도 자네를 무시할 수 없을 거야. 그 첫걸음을 뗄 곳이 바로 여길세.
네번째 사건
시간이 흘러 나오키는 유미코와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게 된다. 딸 미키와 함께 오손도손,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사택에서 행복한 나날을 꾸미고 있다. 형의 존재는 당연히 전에 있던 가전제품팀을 제외하곤 아무도 모르는 상태라 아무런 사건 없이 평온한 나날을 지내고 있다. 물론 형의 존재를 알고 있는 한 가족이 오기 전까지는. 어느날 가전제품팀에서 나오키의 상사가 이사를 오게 된다. 얼마 있지 않아, 아파트에서는 나오키 형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나, 나오키와 유미코는 굴하지 않고 이겨내리라 마음 먹게 된다. 물론 딸 미키의 사정을 알기 전까지는. 어느순간부터 유치원이나 놀이터에서 부터 미키는 자연스럽게 소외를 당하게 된다. 분명 학부모들이 영향이 있겠다만 나오키 입장에서는 이걸 가지고 왜 소외를 시키는지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부 형의 존재 때문이다. 이때 나오키는 생각한다. 형의 존재를 끊어 내기만 하면 평범하게 살아갈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약 10년만에 처음으로 나오키는 형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다. 형의 존재 때문에 나의 가족, 그리고 나의 딸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앞으로 매달 편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프롤로그
그렇게 형과의 인연을 끊어내고, 어느날 데루오(첫번째 사건)에게 연락이 온다. 자기가 밴드를 하고 위문 공연을 하고 있는데, 다음에 가야 할곳이 교도소인데 같이 가서 공연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몇번을 거절하다 생각이 바뀌었는지 나오키는 데루오와 교도소로 위문 공연을 가게 된다. 그곳은 10여년전부터 형이 복역하고 있던 교도소로, 나오키는 자기도 모르게 노래를 하면서 형의 존재를 찾게 된다. 한참을 찾다가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리고 두손을 모으고 울고 있는 형의 존재를 보게 된다. 그렇게 이 책은 마무리가 된다.
총평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다가도 금방 불쾌해져 그런 생각은 바로 접고 읽었을 정도로 힘든 상황의 나오키를 그렸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중 하나가 맨 마지막 부분에 딸이 형때문에 차별을 당하고 그런시선을 받고 있는걸 알고 난후에 나오키가 했던 결정. 자기는 그리고 유미코도 참을수 있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딸 미키가 그런 대우를 받았으니, 가족을 위해서 앞으로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했던 그 편지. 나도 언젠가는 가정을 꾸리게 되겠다만, 나라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는 부분이다. 또 책을 읽으면서 재밌다고 생각한게 형, 유미코, 사장의 존재다. 형, 유미코, 사장이 그러한 존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형은 시련을, 유미코는 기회를, 사장은 선택을 암시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즐겁게 제주도 여행을 보냈다. 히가시노게이고 특유의 빠르게 읽혀지는 문체 때문에, 그리고 내용이 재밌기도 했고. 히가시노게이고가 추리소설만 잘 쓰는줄 알았는데 이런류의 소설도 잘 쓰는걸 보면 조만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