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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후기

이번에는 히가시노의 ’인어가 잠든 집’이다. 애초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한번에 여러개 사놓고 꺼내서 읽게 되었다. 제목만 봤을때는 추리소설인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인어가 잠든 집’의 전반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첨단 IT 회사를 운영하는 가즈마사와 그의 아내 가오루코의 딸 미즈호는 수영장에서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병원으로 달려간 두 사람에게 의사는 미즈호의 뇌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하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미즈호는 식물인간이 된 셈이고 일본 법에 따르면 이는 뇌사, 즉 사망한 상태 이므로 장기 기증 의사를 묻는다. 부부는 의논 끝에 미즈호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하고, 가까운 가족이 모두 모인 가운데 작별 의식을 치르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 인사를 나누려는 그때 미즈호의 손이 움찔하게 된다. 자식을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 미즈호는 사망한게 아니고 살아 있다는 결론을 내게 된다. 그렇게 가즈마사와 가오루코는 미즈호는 살아 있다며 다시 키우게 된다. 첨단 IT회사를 운영하는 가즈마사의 도움 아래 미즈호의 뇌는 작동을 하지 않지만, 근육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가오루코는 이에 따라 미즈호는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계속 갖게 된다.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이 흐르며 여전히 뇌의 작동을 하지 않는 미즈호를 보는 주변 사람들은 미즈호는 죽은 상태이며 이를 계속 키우는 가오루코를 이상하게 보기 시작한다. 또한 남편 가즈마사도 병원 의사선생님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하게 된다
"선생님 저희 집에 있는 제 딸은 환자입니까 시체입니까?
이렇게 남편 가즈마사도 점점 희망을 잃고 지치는 가운데 남편까지 가오루코에게 딸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3년동안 딸이 살아 있다고 굳게 믿던 가오루코는 주변, 남편의 딸은 이미 죽어 있다는 말에 크게 동요를 하게 되고, 결국 모두가 있는곳에서 경찰을 부르고 칼을 딸에게 겨우고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 가오루카: 이 아니는 제 딸입니다. 지난봄에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죠. 지금 제가 이 아이의 가슴을 칼로 찌른다면 저는 살인범 인가요?
- 경찰(와타나베): 당연하죠. 범죄 입니다.
- 가오루카: 무슨 죄인가요?
- 경찰(와타나베): 그야 물론 살인죄죠. 만에 하나 아이가 목숨을 구한다 해도 살인 미수죄는 면할 수 없습니다.
- 가오루카: 왜죠?
- 경찰(와타나베): 왜라니…, 사람을 죽이면 죄를 묻는 것이 당연한 이치죠. 대체 뭘 알고 싶은 겁니까?
- 가오루카: 이 사람들 말로는 제 딸이 이미 죽었다네요. 벌써 오래전에 죽었는데 제가 그걸 인정하지 않는답니다.
- 가즈마사: 의사에게 딸이 뇌사했을 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 경찰(와타나베): 뇌사…
- 가오루카: 그럼 죽은 사람의 가슴을 칼로 찔러도, 살인죄가 성립하나요?
- 경찰(와타나베): 하지만… 아마 뇌사일 거라고 했을 뿐 정식으로 그런 판정이 있었던건 아니죠? 그렇다면 아직 살아 있다는 전제하에 생각해야겠죠.
- 가오루카: 그럼 만약 제가 이 아이의 가슴에 칼을 꽂으면, 그래서 심장이 멈추면 제가 딸을 죽인게 된다는 말씀이죠? 우리 부부가 장기 기증에 동의하고 뇌사 판정 테스트를 받았다면 뇌사로 확정되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법적으로 뇌사가 확정되었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도 딸을 죽게 만든 사람이 저일까요? 심장을 멈추게 한 사람은 저일지 몰라도 아이가 죽은 시점은 이미 오래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도 죽인 사람이 저일까요? 이런 경우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거 아닌가요?

(중략)

’인어가 잠든 집’을 읽으면서 가장 여운이 많이 남는 장면이다. 뇌가 활동을 멈추었으니 살아 있지 못하다는 의사의 판정과, 살아 있다고 굳게 믿은 부모 가오루카와, 가즈마사.
보통은 생물학적으로 심장을 기준으로 생존을 결정한다. 미즈호의 경우, 뇌는 작동하지 않지만 심장은 뛰고 있기 때문에 가오루카와 가즈마사는 살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가오루코가 자는 동안, 미즈호의 영혼이 어머니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면서 미즈호의 몸상태가 급격하게 안좋아지고 최종적으로 사망 판정에 인정 하는 결과를 맞게 된다.

여운이 많이 남는다. 당연히 의사의 뇌사 판정이면 사망이라고 생각을 하려다가,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게 다를수 있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가오루코의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입장에서 딸이 살아 있다고 굳게 믿는다는걸 선택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행동이 여운이 많이 남게 된다. 나 역시 사랑 받고 자랐으며 지금도 여전히 부모님께 극진한 사랑을 받는 자식이라는걸 생각하고, 또 나 역시 앞으로의 나의 자식은 사랑으로 키우게 될것이다. 그러나. 가오루카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지 아직은 모르겠다.